'사이버 합동공연' 공간의 한계를 넘다.
유지보수 View 2,446 2015-04-30
디지털 타임스 2014년 03월 12일 수요일 015면 산업과학
'사이버 합동공연' 공간의 한계를 넘다
미래 R&D 새장 여는 첨단 연구망
- <1>우주 신비를 푸는 조력자
- <2>글로벌 문화 예술공연 플랫폼
- <3>고에너지물리 공동연구의 브릿지
- <4>건설·건축의 사이버 연구 인프라
- <5>미래 기후예측의 동반자
유럽·남미·아시아 3개 대륙 연결 DVD 1만여장 분량 영상·음악 초당 5.6Gbps 속도 실시간 송수신 한자리서 공연하듯 현장감 생생
지난해 8월 대전 KAIST 창의학습관에서 열린 3개 대륙간 실시간 글로벌 사이버 합동공연의 한 장면, 첨단연구망을 활용해 세계 3개 대륙의 각기 다른 장소에서 펼쳐진 공연들이 마치 한 장소에서 이뤄지는 것처럼 연출되고 있다.
높이 15m, 가로 6m, 40인치 TV의 30배 크기에 달하는 대형 화면에는 체코 프라하에서 연주하는 음악이 초고화질(UHD) 영상과 함께 CD 음질(16비트, 44.1KHz)을 뛰어넘는 하이파이 음직(24비트, 48KHz)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음악에 맞춰 한국, 브라질, 스페인의 댄서들이 동시에 화려한 율동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다시 한번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8월 대전 KAIST 창의 학습관을 중심으로 2만여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세계 대륙의 각기 다른 장소에서 펼쳐지고 있는 공연들이 마치 한 곳에서 이뤄진 것과 같은 사이버 합동공연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화려한 문화예술 공연 속에는 세계 최고의 연구망들의 협력이 있었고, 최고의 속도와 최단의 거리를 계산해 엄청난 용량(초당 5.6Gbps, 총 DVD 1만여장)의 영상과 음성을 손실없이 송수신한 네트워크 기술의 숨겨진 콜레보레이션이 이뤄낸 공연이었다.
체코에서 실시간으로 영상과 연주 음악을 흘려 보내주고, 브라질과 스페인, 한국에 있는 댄서들은 그 음악에 맞춰 각각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각 지역에서 보내지는 멀티미디어 데이터 손실과 지연시간을 극소화하고, 합쳐지는 음악과 영상을 동기화해서 마치 같은 장소에서 함께 공연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어야 한다. HD급 해상도의 4배에 달하는 4K 영상과 음향을 끊임없이 안정적으로 전송하는 것이 공연을 할 수 있게 한 기술의 핵심이다.
즉 지구 반대편에서 실시간으로 영상과 음악을 전송 받아 아무런 끊김이나 지연 없는 첨단연구망의 전송기술과 동시에 음악과 춤 영상의 데이터를 동기화 하는 기술이 예술과 융합해 '문화예술공연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러한 초공간 무대에서 4개국 예술가들이 한 자리에 모이지 않고도 '글로벌 사이버 문화 예술 공연'이 연출된 것이다. 대륙 간을 연결해 펼쳐진 이번 공연은 각 대륙의 연구망을 통한 멀티미디어 전송기술의 최고점에 위치하고 있다.
예술가들은 당시대 최고의 과학기술을 예술도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미래의 과학기술을 예술적 감각으로 표현하고 새로운 과학으로 창조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비디오 예술가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고 백남준은 1984년 당시 최고의 기술인 TV와 인공위성을 이용해 '굿모닝 키스터 오웰'이라는 작품을 남겼다.
이후에도 미래파 창시자인 이탈리아의 Marinetti를 시초로 한 예술가들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작품을 위해 첨단기술과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과학과 예술의 융합과 재창조는 새로운 문화적 과학자와 미래형 인문학적 소양의 과학자를 배출하고 인재를 양성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i2CAT 재단 역시 오래전부터 근교의 문화공간과 교육공간을 초고속망으로 연결해 큰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공연을 농촌 등에서도 같은 시간대에 볼 수 있도록 제공하는 등 지역간 문화격차 해소에 과학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밖에 패션쇼 원격지 합동공연, 실감 건축예술, 뮤지컬 사이버 공연 등 초고속망을 이용한 글로벌 문화 및 교육 서비스는 창조경제 시대의 새로운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최근 기술적 이슈로 제기되고 있는 초고화질 4K 전송과 물리적 거리에 의한 지연 극복을 비롯, 예술적 이슈인 아바타 디자인과 댄스, 실시간 음악생성 등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과 문화 융합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망(KREONET, 이하 첨단연구망)과 예술의 융합은 기존의 인터넷으로는 불가능한 전송속도로 실감형 미디어 데이터를 전 세계 어디에나 전송하고, 제공되는 최고의 화질과 음직로 물리적 공간을 뛰어넘은 원격 공연에 예술가들은 참여할 수 있다. 덕분에 관객들은 마치 한 장소에서 공연이 펼쳐지는 것과 같은 사실감과 현장감을 만끽할 수 있다.
이번 4개 대륙 합동공연 이외에도 1만km 이상 떨어진 대전과 바르셀로나를 연결한 '판소리-플라맹코 듀엣 공연', 서울에 위치한 LG 아트센터의 공연을 캐나다와 스페인의 관객들과 함께 한 '늘휘무용단 공연'등도 첨단연구망이 과학과 예술의 매개체로 나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낸 결과물이다.
이 같은 글로벌 멀티미디어 전송기술과 첨단연구망 인프라는 예술과의 융합 뿐 아니라 기초과학에도 응용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2009년 일본 아마미섬과 중국 우한 등 일부지역에서만 관측할 수 잇엇던 개기일식의 초고해상도 영상을 첨단연구망을 통해 국내로 전송했다. 이를 통해 한국 천문학자들도 관측 장소에 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61년만이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었다.
KISTI의 첨단연구망에서는 예측 가능한 지연시간을 보장하며 전송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전송기술과 동기화 기술을 중심으로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끊임없이 지원하고 천문, 우주, 고물리, 의료, 문화예술등 다양한 응용분야와 활발하게 융합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가고 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