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망 통해 첨단 우주망원경을 '하나로'
유지보수 View 2,689 2015-04-30
디지털 타임스 2014년 03월 10일 월요일 012면 산업과학
초고속망 통해 첨단 우주망원경을 '하나로'
미래 R&D 새장 여는 첨단 연구망
- <1>우주 신비를 푸는 조력자
- <2>글로벌 문화 예술공연 플랫폼
- <3>고에너지물리 공동연구의 브릿지
- <4>건설·건축의 사이버 연구 인프라
- <5>미래 기후예측의 동반자
21세기 과학은 1세대 실험과학에서 뉴턴이 대표하는 2세대 이론과학, 이론을 검증하는 3세대 계산과학을 거쳐 4세대 데이터집약형 과학으로 변화하고 있따. 고성능·대용량 첨단 연구장비를 활용한 실험과 관측으로 과거에 없었던 거대한 양의 데이터가 생산되고 있다. 특히 기초과학과 거대과학 영역에서 연간 페타바이트(PB, 100만 GB)이상의 데이터가 발생하고 있고, 이들 지점과 이를 활용하는 과학자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커졌다.
나아가 글로벌 연구협력이 일상화되면서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서로 다른 국가와 기관, 연구자들이 언제든지 공조할 수 있게 '국경 없는 사이버 공동연구실'을 제공하는 연구망이 필수 과학인프라로 자리잡앗다. 세계의 연구현장을 촘촘히 연결하는 연구망은 실시간 대용량 데이터를 연구에 활용해 서로 협력하며 끊임없이 발전하는 과학생태계 조성에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과학생태계 중심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망(KREONET, 이하 첨단연구망)이 있다. 첨단연구망이 과학기술 분야에 널리 활용되면서 변화하고 있는 '창조·융합형 연구현장'을 분야별로 5회에 걸쳐 살펴본다.
우주전파관측망 연동 e-VLBI 시스템 광대역 데이터 전송·실시간 자료 처리 관측 속도·효율 획기적 향상 일등공신
한국우주전파관측망 구성도:연세전파망원경, 울산전파망원경, 탐라전파망원경
자료:한국천문연구원
KISTI 연구자가 화면을 통해 국가 과학기술연구망(KREONET)과 글로리아드의 연동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KISTI 첨단연구망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e-KVN(한국우주전파관측망) 시스템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첨단연구망 성능도 뛰어나지만 KVN 사업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가장 필요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정확하게 제공해 준 덕분에 국내에서 e-VLBI(초장기선 전파간섭계)를 이용해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출 수 있게 됐습니다.
서울과 울산, 제주에 있는 3개의 전파망원경과 e-VLBI 시스템을 첨단연구망에 연결하고 블랙홀 관측에 성공한 김현구 한국천문연구원 박사의 첨단연구망에 대한 애정 섞인 말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고 있는 첨단연구망의 대형 실험장비 전용 네트워킹 서비스를 제공받아 그토록 염원하던 e-VLBI 관측에 본격적으로 낙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e-VLBI는 수 백~수 천km 떨어져 있는 VLBI 전파망원경들을 연구망과 같은 초고속 네트워크로 따로 직접 연결해 초당 1기가급 데이터 전송 및 실시간 자료처리(상관처리)가 동시에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실시간 우주관측을 가능케 하는 첨단 연구관측기술이다. 물리적으로 수신안테나의 직경 크기가 제한된 여러 지역의 작은 전파망원경들을 첨단연구망에 연결해 우주를 관측하는데 가장 시력이 좋은 하나의 큰 망원경을 새로 구축한 셈이다.
e-VLBI 시스템이 구축되기전까지는 수 백~수 천km 떨어진 전파 망원경들이 동시에 관측한 데이터를 하드디스크 등의 기록장치에 기록한 뒤, 합성을 해 주는 상관센터로 우편이나 물류 서비스르 이용해 배송하고 나서야 관측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다. 더구나 관측자료의 결과 및 품질을 확인하는데 보통 2~3주에서는 길게는 1~2개월이 소요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자료처리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자료 분실 및 파손 등의 위험이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무엇보다 최근 천문학계의 이슈가 되고 있는 심우주의 모습, 은하의 형성과 진화, 별의 탄생과 죽음 등에 대한 신속한 관측 및 자료처리가 요구되는 연구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첨단연구망의 전송속도와 관측장비의 컴퓨팅 기술 발전이 서로 융합하면서 VLBI 관측 데이터를 물리적을 이동하는 대신 첨단연구망을 통해 실시간 전송할 수 있는 e-VLBI 관측기술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었고, 기존에 비해 관측 속도와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 시킬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천문우주 선진국들은 각 나라의 연구망을 이용, 원격 관측을 통해 관측한 자료를 상관센터로 실시간 전송해 처리하는 e-VLBI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유럽 VLBI 전파망원경 네트워크(EVN)가 e-VLBI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네덜란드에 위치한 유럽공동 VLBI연구소에서는 EVN의 10여개 전파망원경에서 관측되는 1기가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천문연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1년 천문연이 KISTI의 첨단연구망을 이용해 9000km 떨어진 유럽의 망원경(EVN)과 실제 전송속도 512Mbps로 연결해 e-VLBI 시험 관측에 성공한 데이어 이듬해인 2012년에는 8000km 떨어진 호주에 있는 망원경과도 e-VLBI 관측을 무사히 마치는 성과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서울, 울산, 제주에 위치한 KVN의 직경 21m 렌즈 크기의 3개 전파망원경을 첨단연구망으로 연결해 우리나라 크기에 달하는 500km급 가상의 대형 전파망원경으로 새롭게 창조해 천체신호 검출과 초거대 블랙홀 관측에도 성공했다.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지진예측에 필요한 지각변동을 관측하는데도 사용할 예정이다.
KISTI는 첨단연구망을 기반으로 천문관측 빅데이터 처리를 위해 클라우드형 데이터 처리와 함께 슈퍼컴퓨팅 기반의 대용량 데이터 기술과의 융합 등을 통한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